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중의원(하원) 총선을 이틀 앞두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전격 지지하며 일본 국내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위대한 나라 일본은 8일 매우 중요한 선거를 치른다”며 “다카이치 총리는 강인하고 현명한 지도자이며 진정으로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임을 이미 입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3월 19일 다카이치 총리를 백악관에서 맞이하기를 기대한다”며 “내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나와 대표단 전원은 그녀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의 첫 방미 일정이 처음 공개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최근 한국에 대한 태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는 지난달 26일 한국의 대미투자특별법 제정 노력 미진을 이유로 대한국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미국은 자민당 총재 선거, 중의원 해산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에도 대미 투자에 속도를 내는 일본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18일로 예상되는 미일 정상회담을 전후로 1호 투자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으로부터의 대미 투자 성과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일본의 대미 투자에 협조적인 다카이치 총리를 공개 지지함으로써 일본 집권 여당의 안정적 지지 기반 확보를 돕고, 대미 투자와 방위력 증강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유도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대통령이 일본 국정선거 직전에 지지 정당을 명확히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외국 국정 선거 기간 중 특정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라고 지적했다. 교도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관행과 다른 행보를 보이지만, 외국 정상이 다른 나라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치인을 공개 지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여자 아베 신조’로 불리는 다카이치 총리는 평화헌법 개헌과 방위비 증액을 통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드는 ‘보통국가화’를 추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다카이치 총리를 공개 지지한 것은 향후 일본의 개헌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중국 견제를 위한 일본의 자체 방위력 강화를 독려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도쿄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함께하겠다”며 “양국은 가장 강력한 수준의 동맹국”이라고 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미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만들고 싶다”고 화답한 바 있다.
서정민 기자









